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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탐정 #011. 우연의 일치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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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10-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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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탐정

. 우연의 일치 ①

서기정은 담임선생을 찾아가 도난 사실을 알렸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담임이 교실로 와 도난사건에 대해 학생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이번이 열 번째에요. 모두 알겠지만 매번 가방을 검사하기도 이제 지쳤어요. 그리고 솔직히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오늘 수업이 모두 끝날 때가지 나한테 문자로 자백해주기 바랄게요. 그럼, 지금까지의 일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자백하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어요.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잖아요. 알겠죠? 우린 반 학생이 아니라고 난 믿어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기로 한 거예요. 단지, 혹시 몰라서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고요. 그럼 그렇게 알고 다음 시간 수업 준비하세요.” 담임선생은 그렇게 말하고 교실을 나갔다. 학생들은 옆자리 동방자들과 쏙닥거리며 송이를 한 번씩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민정이 송이 옆으로 와 말을 걸어왔다. “송이야, 정말 못 봤어?” 송이는 다시 엎드리려다 민정을 보며 말했다. “미안, 못 봤어. 계속 책상에 엎드려 눈 감고 있었거든.” “잔거야?” “아니, 잠을 잔 건 아닌데……. 그냥 눈감고 있었어.” “그럼 무슨 소리라도 못 들었어?” “어. 아무 소리도…….” “그래, 알았어. 근데 아직도 피곤한 거야? 아니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미안해.” “어, 알았어.” 송이는 다시 엎드려 눈을 감았다. 민정은 송이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기정이 송이에게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 앞을 막아섰다. “기정아, 왜?” “나와 봐.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나랑 얘기해. 송이한테 내가 물었는데 아무 소리도 못 들었데. 그러니까 점심시간에 없어진 게 아닐 거야. 잘 생각해봐, 어?” “무슨 소리야? 점심시간 전까지 분명 내 지갑 안에 있었다고. 삼십만 원이라고. 너 같으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알아, 근데 그렇게 큰돈을 왜 지갑에 두고 다녔어? 가득이나 도난사건도 많이 일어나……” “야, 유민정.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조심을 해야…….” “이제 보니 너희 둘이 짜고 그런 거 아니야?” “뭐라고? 지금 말 다했어?” “아니면 나와. 너한테 본 일 없거든.” 기정은 민정을 옆으로 밀치고 송이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송이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송이야, 미안한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송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기정을 올려다봤다. 그때 그림자가 말을 걸어왔다. ‘이거 내가 말해줄 수도 없고. 분명 아무도 없었어. 송이 너는 엎드려 있어서 몰랐겠지만 난 다 보고 있었다고. 분명 점심시간 동안 교실에는 너 밖에 없었어. 그러니까 점심시간에는 도난사건이 발생할 수가 없어. 그 전에 발생한 걸 거야. 그렇게 얘기해, 어?’

송이는 그림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기정에게 말했다. “다 들었는데……. 난 아니야. 물론 민정이도 아니고. 괜한 오해하지 말고 자리로 돌아가. 쌤도 말했잖아. 이번에 자백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신다고. 그럼 곧 도둑이 누군지 밝혀지겠지. 안 그래?” “정말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송이는 고개를 끄덕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가방 좀 살펴봐도 될까?” 이번에도 그림자가 말을 걸어왔다. ‘말해. 아무도 교실에 들어온 사람이 없었다고. 아이, 답답하네. 정말. 내가 말해 줄 수도 없고.’ 송이가 말없이 있자 기정이 가방을 집어 들려했다. 그때 민정이 옆으로 다가와 기정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야, 서기정. 너무한 거 아니니? 송이가 아니라잖아. 그런데 가방까지 보자는 건…….” “왜? 아니면 보여줄 수 있는 거잖아?” “너 정말…….” “민정아, 됐어.” 송이가 민정을 말리며 자신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방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책상 위로 꺼내놓았다. “됐지.” 책상 위에는 화재가 발생했던 그날 들어있던 교재들과 공책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지갑이 마지막으로 뚝 떨어졌다. 그 지갑 사이로 하얀 봉투가 삐쭉 나와 보였다. 그것을 본 기정이 지갑을 들어 안을 살폈다. “이 봉투는 뭐야?” “그건…….” 봉투라는 말에 반 아이들이 모두 송이의 자리로 달려와 물었다. “봉투? 봉투라고?” “야, 그거 기정이 돈 아니야?” “빨리 봉투 열어봐, 어?” 기정은 지갑에서 봉투를 꺼내 안을 들려다봤다. 황색 오만 원 권 여러 장이 들어있는 게 보였다. “야, 임송이. 이 돈은 뭐야?” “돈?” 반 아이들은 수군거리며 송이가 돈을 훔친 범인인양 흘겨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네가 훔친 거지? 그동안 일도 다 네가 한 짓이지?” 기정이 봉투를 흔들며 다그치자 송이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송이의 기억에 그 봉투가 떠올랐다. 아빠의 발인이 있기 전날 한 당숙어른이 송이에게 다가와 봉투를 전하며 위로했던 그 순간이. 그날 받은 봉투를 송이는 지갑에 넣어놓았다. 나중에 엄마에게 줄 생각으로……. 하지만 그걸 깜빡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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